전북현대모터스FC의 레전드 수비수 최철순이 올 시즌을 끝으로 축구화를 벗는다. 오는 30일 FC서울과 치르는 ‘하나은행 K리그1 2025’ 최종전이, 그가 전주성에서 팬들과 함께 누빌 마지막 공식 무대다.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상무 시절을 포함해 20년 동안 초록 유니폼만 입었던 ‘원클럽맨’의 여정이 이렇게 막을 내린다.
최철순은 2006년 AFC 챔피언스리그 감바오사카전을 통해 전북 유니폼을 처음 입고 국제무대에 섰다. 그날부터 2025년 11월 30일까지, 무려 7,573일 동안 그는 전북의 수비 라인을 지키며 구단과 운명을 함께했다. 전북 소속 공식전 기준 511경기 출전(K리그1 411경기, ACL·ACL TWO 71경기, 코리아컵 26경기, 클럽월드컵 3경기)을 기록했으며, K리그 통산 기록으로는 456경기 3골 21도움을 올렸다.
숫자는 곧 전북 현대의 황금기를 증명한다. 최철순은 전북에서만 K리그1 우승 10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코리아컵 우승 2회 등 통산 14번의 우승을 함께했다. 특히 K리그1과 ACL에서 전북이 들어 올린 모든 트로피의 현장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린 단 한 명의 선수로, “전북의 모든 우승을 함께한 사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단일 클럽 소속으로 이 정도 규모의 우승과 출전 기록을 동시에 갖춘 사례는 K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힌다.
팬들이 그를 단순한 베테랑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등번호 25번을 달고 오른쪽 풀백과 중앙 수비,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가리지 않던 그는, 화려한 개인 기술보다 몸을 던지는 태클, 지치지 않는 압박, 옆 선수의 한 발 더를 이끌어내는 투지로 전북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행동도 전북스러웠다. 2015년 5월 수원삼성과의 당시 1·2위 맞대결에서 그는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조용히 벤치를 지키는 대신 N석으로 향했다. 전북 서포터즈 MGB가 있는 응원석 한가운데로 들어가 직접 확성기를 잡고 응원을 주도했다. 그날, 유니폼 대신 응원복을 입은 25번 등번호의 그림자는 “이 구단은 선수와 팬이 함께 만든다”는 메시지 자체였다. 전북 팬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회자되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국가대표 무대에서도 그는 팀을 위해 헌신하는 조력자 역할을 자처했다. 2007년 U-20 월드컵 청소년대표를 시작으로 2010년 잠비아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했고, 2017년 EAFF E-1 챔피언십,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등 주요 무대에서 뒷라인을 책임졌다. 성인 국가대표 A매치는 1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대표팀 내에서 그의 평가는 ‘언제 투입해도 믿을 수 있는 수비수’였다.
그가 가장 강조한 건 늘 “팀과 함께 걸어온 시간”이었다. 은퇴를 앞두고 전한 소회에서도 개인 기록보다 전북과 전주성을 먼저 꺼냈다.
“제가 살아온 시간의 절반 이상을 전북현대 선수로 보냈고,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영광을 얻었습니다. 저보다 행복한 축구 선수는 없을 것입니다. 팬 여러분, 저와 함께했던 코칭스태프·지원 스태프·동료 선수들, 저를 응원해 주셨던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의 팀 전북현대와 이곳 전주성을 평생 기억하며, 이제는 제가 뒤에서 끊임없이 응원하겠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제 최철순은 그라운드가 아닌 스탠드에서 전북을 응원하는 또 다른 ‘초록 심장’이 될 예정이다. 공식적으로 제2의 인생 계획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구단 안팎에서는 그의 경험과 상징성을 생각할 때 언젠가 지도자 혹은 구단 내 다른 역할로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한편, 전북은 FC서울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레전드 25번’의 마지막 홈 경기를 기리는 다양한 작별 행사와 세리머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번의 우승과 500경기가 넘는 출전, 그리고 수없이 몸을 던졌던 태클과 투지의 장면들. 어느덧 하나의 시대를 상징하게 된 그 모든 장면의 중심에, 늘 한 사람이 있었다.
이제 ‘전북의 25번’은 선수로서의 막을 내리지만, 전주성의 역사 속에서 그의 이름이 지워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최철순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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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87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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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171cm, 6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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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 오른쪽 풀백, 중앙 수비, 수비형 미드필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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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세일중 – 보인고 – 충북대(입학) – 우석대(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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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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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2006~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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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소속 공식전 통산 511경기 2득점 22도움
· K리그1: 411경기 2득점 19도움
· ACL: 64경기 3도움
· ACL TWO: 7경기
· 코리아컵: 26경기
· 클럽월드컵: 3경기 -
K리그 통산 456경기 3득점 21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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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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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11경기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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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U-20 월드컵 청소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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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A매치 데뷔전(잠비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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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EAFF E-1 챔피언십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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